수요일 엔비디아 실적 — 오랜만에 새벽 화면 켜둘 이유가 생겼다
지난 분기 숫자보다 가이던스가 관건이고, 잘 나와도 화면은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반응은 목요일 새벽 지수선물에서 먼저 보인다.
드디어 수요일이다
8월 26일, 엔비디아 실적. 달력에 표시해둔 지 좀 됐다. 발표 일정 찾아보니 미국장 끝나고 나온다. 현지 오후 1시 20분쯤 보도자료, 한국 시간으로는 목요일 새벽 5시대. 오랜만에 새벽 화면 켜둘 이유가 생긴 거지.
회사 하나 실적인데 뭐가 그렇게 기다려지냐. 엔비디아 혼자가 아니라서다. AI 한다는 회사들이 죄다 이 회사 성과에 연동돼 있다. 실적이 기대를 넘으면 「AI 칩 수요가 진짜 이어지는구나」가 되고, 그 신호에 반도체 옆 종목들이랑 나스닥까지 같이 움직인다. 나스닥에서 비중이 워낙 커서 산수로도 지수가 끌려가고, 신호로도 끌려가고. 회사 하나 발표에 화면 전체가 반응하는 날은 일 년에 몇 번 없다.
이 발표가 재밌는 진짜 이유
숫자가 잘 나오면 오르고 못 나오면 내리고, 그렇게 단순하면 재미없지.
주가가 이미 높이 올라 있는 만큼, 호실적도 가격에 미리 다 들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실적날은 좋은 숫자에 빨간 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뉴스는 어닝 서프라이즈라는데 차트는 내려가 있는 날. 누가 틀린 게 아니라 가격엔 기대가 먼저 들어가 있어서, 발표가 그 기대를 확인만 해주면 팔 사람부터 움직인다. 재료 소멸이라고들 하는 그거.
그러니까 이번에 볼 건 지난 분기 숫자가 아니라 다음 분기 가이던스다. 화면은 지나간 석 달에 반응 안 한다. 앞으로 석 달에 반응하지. 숫자·기대·가이던스 세 개가 어떻게 엇갈리느냐에 따라 화면이 네 방향쯤으로 갈 수 있는 거고, 그걸 실시간으로 보는 게 이 날의 재미다.
목요일 새벽, 어디서 먼저 보이나
발표가 미국장 마감 뒤라는 게 무슨 뜻이냐면, 발표 순간의 반응을 정규장 화면에서는 못 본다는 뜻이다. 먼저 움직이는 건 시간외랑 나스닥 지수선물이다. MT5에서 US100 계열 켜 두면 목요일 새벽에 캔들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 목요일 순서가 이렇다. 새벽에 지수선물이 먼저 가고, 아침에 국내 반도체가 따라 뜨거나 가라앉고, 낮에 해설 기사가 나온다. 기사 읽고 화면 열면 이미 한 바퀴 돈 뒤다. 지난 환율 편에서 전망 기사가 가격을 따라다닌다고 했는데, 같은 구조다. 화면이 먼저고 기사가 뒤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볼 수 있는 사람은 그 한 바퀴를 처음부터 보는 거고.
반대편에 서 있는 100조원
따로 보면 심심한데 이 발표랑 붙이면 재밌는 소식이 하나 있다.
올해 동등가중 S&P 500 ETF에 돈이 몰려서 100조원을 넘었다는 집계가 돈다. 지난 20년 사이 보기 드문 규모라고. 동등가중이 뭐냐면, 시가총액대로 담는 보통 지수랑 다르게 500개를 전부 똑같이 담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도 500분의 1, 제일 작은 회사도 500분의 1.
여기 돈이 몰린다는 건 뭐겠나. 대형주 몇 개에 쏠린 지수가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거다. 엔비디아 하나에 끌려다니는 게 부담스러워서 반대편으로 간 돈이 100조원. 근데 이 랠리가 계속되려면 중소형주 실적이 대형주만큼 따라와야 하고, 이 돈이 빠지면 이번엔 대형주 낙폭이 커진다. 쏠린 쪽이든 반대편이든 수요일 숫자가 첫 확인 지점인 건 똑같다. 100조원도 이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수요일 밤엔
볼 것만 정해두면 된다. 지난 분기 숫자 말고 가이던스, 정규장 말고 목요일 새벽 지수선물 화면. 그리고 좋은 숫자에 빨간 화면이 나와도 놀라지 말 것.
오를지 내릴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기다려지는 거다. 목요일 새벽 화면이 뭐라고 하는지 보고, 할 얘기가 생기면 그날 이어서 쓰겠다.